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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필실/붉은 작가의 방

스펀지 비누받침과 우레탄 수세미 - 정보격차에 대한 고찰

서론


이사 온 집의 화장실 구조가 구식이라 습기가 굉장히 심하게 찹니다. 그래서 거의 항상 베란다 쪽 창문을 열어놓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베란다 벽 가까이에 있는 비누가 너무 쉽게 물러서 고민이었습니다. 안 그래도 잘 무르는 아이보리 비누를 쓰고 있는데, 이사 온 이후로는 물러서 제대로 쓰지도 못할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통기성이 나아지면 덜 무를까 싶어 스펀지로 된 비누 받침을 찾아봤습니다.


본론



생각보다 가격이 비쌌습니다. 배송비를 포함하면 2개 정도 구매하는데 만 원정도 들었으니까요. 제품 가격과 배송비가 비슷하여, 소모품이니 한 번에 많이 구매해서 배송비를 아낄까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그렇게 구매를 차일피일 미루는 동안, 제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으니 바로 제품의 소재였습니다.




확인한 거의 모든 제품의 재질이 폴리우레탄이었습니다. 제품의 재질을 알고 나니 '폴리우레탄 재질의 스펀지면 딱히 저런 모양이 아니어도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차피 아이보리 비누는 가로가 길어서 저 동그란 홈 안에 잘 들어가지도 않을 것 같았고요. 그래서 같은 재질의 스펀지를 찾아봤습니다.



같은 재질의 수세미가 있었습니다. 시중에는 우레탄 수세미와 필터 수세미로 출시되어있군요. 재질과 형태에 대한 부분도 확인해보았습니다.


모두 동일한 폴리우레탄 재질의 수세미입니다. 이제 비누 받침대의 문제였던 가격 측면에서 이 수세미들을 비교해보았습니다.



배송비는 2,500원 기준으로 1개 구매 시 계산했습니다. 비누 받침과 수세미가 가격차이가 확연하게 납니다. 수세미 쪽이 여러 개를 주는 경우가 더 많기에, 가격 차이가 2~3배씩 났습니다. 결과적으로, 비누 받침의 모양이나 색에 신경 쓰지 않는 소비자라면, 하나를 구매하더라도 수세미 쪽을 구매하는 것이 더 경제적인 선택이 될 것입니다.



결론



인터넷 쇼핑이 발전하게 되면서 원하는 제품을 찾기 쉬워졌지만, 한 편으론 어려워지기도 했습니다. 같은 재질로, 같은 형태로 만들어진 두 제품은 하나의 검색어, 하나의 카테고리 안에 있지 않습니다. 그리하여 두 제품 간의 합리적인 비교가 어렵게 되고, 막상 비교하려 해도 퍽 시간이 오래걸립니다. 전통적인 구매 방법에선, 한 가게에서 두 제품을 본 뒤, 그 자리에서 가격을 비교하면 되는 간단한 방법임에도 말이죠. 이렇게 비교를 통해 저렴한 가격에 좋은 혹은, 많은 제품을 구매하려 할 때마다, 정보격차를 몸으로 느끼게 됩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정보를 많이 아는 자, 쉽게 찾는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격차는 점점 더 심해지고, 그것은 단지 아는 것이 아닌 실제 생활, 예컨대 경제 생활에도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시대에 뒤처지지 않게 부단히 노력해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생겼습니다. 어느 방면에서든지 부단한 노력이 필요해진 세상입니다.


PS. 저렇게 비누를 놓고 쓰면, 비누가 잘 무르지 않는다는 것은 물론, 무른 비누가 스펀지에 모여있어 거울의 물때 등을 쉽게 닦을 수 있게 됩니다.


PS 2. 저는 수세미를 구매하고, 절반으로 잘라서 씁니다. 하나를 그대로 올리면 비누케이스보다 커, 불안정하길래 반으로 잘랐습니다. 아이보리 비누는 작은 편이 아님에도, 스펀지에서 떨어지거나 한 적은 없네요. 저처럼 절반으로 잘라 쓰면 가격대비 효율은 2배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