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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 도서 관련

소시민으로써 삼국지 읽기

삼국지를 10번 읽은 사람과는 이야기 하지 말라는 말을 한 번쯤 들어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만큼, 삼국지는 동양 고전중에서는 널리 알려진 문학작품입니다. 그렇지만 한자로 쓰여진 덕에 원문을 읽기엔 전문가조차 힘들고, 양 또한 방대하다보니 그 번역서의 종류가 한둘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니 한 번쯤은 삼국지를 읽어보아야겠다 싶어 이리저리 정보를 알아본 결과, 제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수십여개의 글과 후기를 메타적으로 종합해 나름의 삼국지 추천 목록을 남깁니다.


우선 추천하기에 앞서 삼국지에 대해 조금 적어봅니다.

일단 삼국지는 정사와 연의로 나누는데, 정사는 말그대로 '삼국사기 시대의 역사서'이고 연의는 정사를 바탕으로 한 '소설'입니다. 대체로 삼국지라 불리는 그것은 삼국지연의, 즉 소설을 이야기 합니다. 따라서 문학 작품 삼국지 그 자체를 사실 그대로의 역사로 신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삼국지연의를 최초로 쓴 사람은 나관중입니다. 그러나 저자가 아주 옛 사람이기도 하거니와 한자로 쓰여진 연의가 오랜 시간 전해저내려오면서 그 내용의 오류나 후대의 (한자)해석이 틀렸음이 밝혀졌습니다.이를 바로잡아 현대 삼국지의 정석으로 뽑히는 것이 모종강이 만든 모종강본입니다. 그렇지만 이 모종강본도 원본 하나만 남아있는 것이 아니라 보완/수정된 여러 판본이 존재합니다.


1. 월탄 박종화 삼국지



이문열 삼국지 이전에 가장 많이 팔린 평역본입니다. 절판과 재간을 반복하다 현재 절판입니다. 정역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평역에 문장이 읽는 맛이 있어 삼국지를 많이 읽은 사람들이 추천하곤 합니다. 1968년에 초판이 발행된 만큼 문체는 많이 옛스럽다 합니다.


2. 이문열 삼국지



가장 유명하고, 가장 많이 팔린 삼국지입니다. 그만큼 많은 오류 지적과 비난을 받기도 했습니다. 다른 삼국지에 비해 작가의 사견이 많이 들어가있으며, 그냥 넘어가기 힘든 오역도 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문열이라는 이름에 맞는 문장력이 있어 가장 흡인력있다고 합니다. 한편으로는 작가의 사견이 소설 속에 자꾸 등장해 흐름을 깨뜨리는게 거슬린다고도 합니다. 삼국지 팬들에겐 많은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만, 문장력 자체는 인정받으므로 독자의 취향에 맞게 - 정확한 내용보다 재미를 추구하는 - 선택하면 되겠습니다. 참고로 많이 팔린 이유는 재미와 이문열이란 이름도 있지만, 출판사의 수능 마케팅 - 수능 만점받은 학생의 말 : 이문열 삼국지를 읽은 것이 도움이 되었다 - 의 영향이 크다고 합니다.


3. 정비석 삼국지


요시카와 에이지본을 참고한 삼국지입니다.(공식적으로 참고했다고 하진 않으나 요시카와 에이지본에서만 나오는 사건이 등장합니다) 정역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며 이문열 삼국지 다음으로 재미있다고 합니다. 초판에서는 제갈량 사후가 아주 축약되었다고 하는데, 최신간에는 이 부분이 보충되어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 요시카와 에이지 삼국지 : 일본에서 정석으로 여겨지는 삼국지입니다. 일본풍의 삼국지를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국내에도 번역되어 있습니다. 중국과 수교가 되지 않았던 시절에 이 삼국지가 많이 읽혀, 후대 작가들의 삼국지 번역에 영향을 주었다고 합니다. 다른 삼국지들에 비해 저렴한 편입니다.


4. 김구용 삼국지



한문에 정통한 한학자의 번역으로 번역에 20년이 걸린 정확한 직역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오래 전 번역이라 최근에 밝혀진 오류등이 그대로 기재되어있다고 합니다. 한학자의 번역이라 문체가 취향을 탄다고 합니다.


5. 황석영 삼국지



이문열 삼국지가 비판을 받는 것을 보고 이를 피하고자 노력하며 쓴 삼국지입니다. 나관중본을 번역해서 모종강본에서 오류로 밝혀진 것들을 그대로 가지고있다 합니다. 또한 연변인민출판사의 삼국지를 표절했다는 의혹, 역자의 한문실력이 삼국지를 번역할 정도가 아니라는 의혹이 남아있기도 합니다. 다른 번역서에 비해 크게 재미있지도, 내용이 아주 정확하지도 않아 비교우위는 없다고 합니다.


6. 리동혁 본 삼국지



국내 삼국지들의 오역과 오류가 난무하는 것을 보고 정확한 삼국지를 쓰고자 재중동포가 쓴 삼국지입니다. 나관중, 모종강본 뿐아니라 서로다른 12개의 판본을 상호보완적으로 선택해 집필해 가장 정확한 내용을 담고있다고 평가받습니다. 그렇지만 다른 삼국지에비해 재중동포가 쓴 것이라 문장이 그리 재미있지는 않다고 합니다. 처음 삼국지를 읽을 때 선택하기보다는, 다른 번역서를 읽고 삼국지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자 할 때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최근에 새로 나온 개정판은 생략된 내용이 많아 본 삼국지의 가치를 잃었으므로 구판을 추천합니다.


7. 정원기 정역 삼국지



가장 최근(2008년)에 번역된 삼국지입니다. 모종강본의 오류를 바로잡은 교리본을 바탕으로 번역해 가장 오류가 적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모종강본의 오류는 부록에 따로 쓰여져있어, 결국 본문을 읽을 때에는 모종강본으로 읽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내용의 정확성과 문장의 읽는 맛을 적당히 잘 잡았다고 합니다. 참고로 역자는 중국어를 전공한 박사학위자고, 삼국지연구소 소장입니다.


결론

재미 : 이문열 > 박종화, 정비석 > 김구용, 황석영 > 정원기 > 리동혁

정확도 : 리동혁 > 정원기 > 김구용, 황석영 > 박종화, 정비석 > 이문열


특별한 경우 - 이문열, 리동혁 - 를 제외하면 각 번역서의 차이는 근소하고, '재미'라는 지극히 주관적인 요소가 들어가있기에 정확한 평가는 할 수 없습니다. 주관을 최대한 배제하기 위해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취합해 결론을 내렸습니다만, 이 또한 각각의 평가들이 모든 번역서를 읽어보고 그중에 내린 평가가 아니기 때문에 읽는 사람에 따라 그 평가가 엇갈릴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삼국지라는 장편 소설을 읽는데에 있어 아무런 정보 없이 읽는다면 오류를 사실로 받아들일 수도 있을 뿐더러, 재미없는 책을 꾸역꾸역 읽진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참고로, 정비석, 이문열, 황석영 삼국지는 E북이 존재합니다. 내용이 길고 권수가 많은 삼국지 특성상 공간을 많이 차지하기도 하고 들고다니기 어렵습니다. 이런 책은 E북으로 구매해 틈틈히 읽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여러 의견을 종합해 제가 내린 결론은, 정비석 / 정원기 삼국지입니다. 초심자가 읽기에 이문열 삼국지는 오해의 소지가 다분하고, 리동혁 본삼국지는 너무 재미가 없다고 합니다. 흡인력있으면서도 내용의 큰 변형이 없는 정비석 삼국지, 정확한 번역이면서도 적당한 재미를 갖춘 정원기 삼국지가 가장 적절하다고 봅니다.

참고

기획_교수신문, 최고의 번역본을 찾아서 http://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9030
DC인사이드 삼국지 갤러리 http://gall.dcinside.com/board/lists/?id=samgugji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samgugji&no=189770&page=1&search_pos=-187297&s_type=search_all&s_keyword=%EC%A0%95%EB%B9%84%EC%84%9D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samgugji&no=119713&page=1&search_pos=-267297&s_type=search_all&s_keyword=%EC%A0%95%EB%B9%84%EC%84%9D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samgugji&no=254491&page=1&search_pos=-257297&s_type=search_all&s_keyword=%EC%A0%95%EB%B9%84%EC%84%9D

주간경향 삼국지 역본만 400종… 뭘 봐야 하나? http://newsmaker.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6&artid=19350&pt=nv